사용자 삽입 이미지

Il Quaderno dell'Imperatrice -파리넬리를 위한 아리아


안젤로 만조티(소프라니스트)
앙상블 이자벨라 레오나르다

Concerto

카스트라토,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사라진 신성이었다. 음악 역사상 가장 잔인하면서도 특별한 현상이었던 카스트라토는 한때 가십거리 취급을 받았지만 음악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카스트라토는  마치 19세기 음악가들에게 파가니니의 존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성악은 물론 기악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론가들을 매혹시켰다.
일류 카스트라토에게 당대의 이론가들이나 음악사가들이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찬사를 선사했다. "오르간과 같은 지속력, 바이올린과 같은 기민함, 플루트와 같은 감미로움, 트럼펫과 같은 웅장함"은 카스트라토의 가창력을 표현하는 상투적인 표현이었다. 한때 카스트라토의 능력이 의심받기도 했지만(특히 조악한 음질로 녹음된 마지막 카스트라토인 알렛산드로 모레스키의 노래 때문에)카스트라토의 솜씨는 카스트라토를 위한 음악 그 자체로 증명된다. 핸델, 하세, 비발디, 포르포라 등 당대의 오페라 작곡가들이 카스트라토를 위해 쓴 레퍼토리를 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교와 표현의 극한을 추구했다. 벨 칸토라는 가창법의 뿌리도 거슬러 올라가면 카스트라토 레퍼토리와 카스트라토들이 배운 교수법에서 출발한것이다. 고된 훈련과 생존 경쟁을 거쳐 선택된 극히 소수의 스타 카스트라토는 오늘날 헐리우드 배우 저리가라 할 정도의 부와 명성을 누렸으며 근거리 여행 조차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에 영국에서 러시아까지 유럽 전역을 무대로 활약헀다.
카를로 브로스키, 일명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 역사에서도 빛나는 존재이다. 남성과 여성을 넘나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음역을 지녔으며 소프라노 파트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드문 카스트라토였다. 18세기 최대의 이론가 중 한 사람인 크반츠는 파리넬리의 목소리를 듣고 "풍부하고 빛나며 음정이 정확한 진짜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보냈다. 파리넬리는 타고난 목소리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표현력과 민첩함을 갖췄고 뛰어난 곡 해석력과 자유자재로 장식을 넣고 변주할 수 있는 음악성을 겸비했다. 게다가 그는 겨우 30대, 경력의 정점에서 무대에서 은퇴할 줄 아는 용기까지 지녔다. 많은 카스트라토가 재능을 소모하고 비참한 말년을 보낸 것과 대조적으로 파리넬리는 스페인 왕실 음악가로 은퇴하여 장수하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
고전파 시대로 넘어가면서 메타스타지오풍의 오페라 세리아가 쇠퇴하고 카스트라토가 설 자리도 사라지게 되었다. 파리넬리의 아리아도 자연히 사람 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현대에 이르러 바로크 오페라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파리넬리의 레퍼토리는 핸델이나 비발디 처럼 유명한 작곡가 보다는 아직 망각되어 있는 하세라든가 포르포라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1994년 제라르 꼬르비오의 영화 "파리넬리"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지금까지 몇몇 소프라노나 카운터테너들이 파리넬리의 아리아에 관심을 가졌으나 그 넓은 음역과 기교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파리넬리"에서도 카운터테너와 소프라노 음성을 이어붙이는 끔찍한 방법으로 사운드 트랙을 녹음했다.
일명 소프라니스트라고 하는 남성 소프라노, 아리스 크리스토펠리스와 안젤로 만조티는 파리넬리 레퍼토리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선구자이다. 현대의 소프라니스트는 18세기 카스트라토 처럼 억지로 거세한 가수는 아니다. 소프라니스트는 크게 다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가성을 쓰는 카운터테너 중에서 소프라노 음역을 부를 수 있는 가수, 정상적인 성인 남성이지만 소프라노 음성을 타고난 사람, 내분비계·이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자연 카스트라토 등이다.
영화 사운드 트랙 등 몇 가지 파리넬리 아리아 음반이 나왔기 때문에 몇 개의 아리아는 상당히 유명해졌다. 쟈코멜리의 오페라 Merope 중에서 Quell'usignolo는 새를 흉내내 부르는 대표적인 아리아로 파리넬리가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불렀다. 하세의 오페라 Artaserse중 아리아 Son qual nave를 파리넬리의 형인 리카르도 브로스키가 변주한 버전은 파리넬리의 여러 아리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안젤로 만조티의 새 음반은 1753년 파리넬리의 대표적인 아리아 네 곡을 뽑아 오스트리아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헌정한 악보에 기초한 것으로 Son qual nave, Quell'signolo등 파리넬리의 대표 아리아가 수록되어 있다. 안젤로 만조티는 일찍이 본죠반니 레이블에서 파리넬리의 아리아들을 녹음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매번 부를 때 마다 장식음을 다르게 넣고, 다른 작곡가의 곡을 가져다 쓰면서 나름대로 변주했기 때문에 같은 곡이라도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이 존재한다.  이 음반에 수록된 아리아도 흔히 알려진 것이 아닌 변주된 새로운 버전으로 세계 최초 녹음이다. 현대 악기로 반주한 첫번째 음반과 달리 이 음반에서는 시대악기 오케스트라인 앙상블 이자벨라 레오나르다가 훨씬 스타일리쉬하고 안정감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탈리아의 소프라니스트 안젤로 만조티는 높은 음을 부를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가수로서 파리넬리처럼 남성과 여성 성부를 모두 아우르는 넓은 음역을 지녔다. 파리넬리를 비롯한 18세기 카스트라토 레퍼토리를 재발견하고 있는 현대의 대표적인 소프라니스트이다.
카스트라토를 위한 아리아에서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은빛나는 남성 소프라니스트의 음성을 선호하든 결이 두터운 여성 소프라노나 메조의 음성을 선호하든 그것은 철저하게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취향의 여부를 떠나서 소프라니스트의 가창을 들어보는 경험 만으로도 파리넬리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이다.



Posted by AntiquEvangelist

2010/01/04 09:41 2010/01/04 09:41
, , , ,
Response
0 Trackbacks , 0 Comments
RSS :
http://antiquevangelist.com/rss/response/41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및 전고전 시대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홈페이지입니다. Mail: antiqueva@gmail.com / Twitter: @antiqueva

- AntiquEvangelist

Archives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95699
Today:
34
Yesterday:
90